데이터를 다 모은 뒤에야 알게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설계한 구조 모형이 추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 또는 표본이 모자라 경로계수가 유의하게 나올 가능성이 애초에 낮았다는 것입니다.
두 문제 모두 데이터를 모으기 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산에 필요한 것은 응답이 아니라 모형의 구조와 예상 효과 크기뿐입니다.
이 글에서는 모형 식별을 어떻게 점검하는지, 표본 크기를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지, 매개와 조절 효과를 계획 단계에서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다룹니다.
모형 식별 — 돌아가지 않는 모형은 데이터 문제가 아니다
추정 프로그램이 수렴하지 않거나 음의 분산 같은 이상한 값을 내놓을 때, 원인을 데이터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모형이 식별되지 않아서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식별은 자료가 제공하는 정보의 양과 추정해야 할 모수의 개수를 비교하는 문제입니다. 관찰 변수가 p개면 공분산 행렬이 주는 정보는 p(p+1)/2개입니다. 추정할 모수가 그보다 많으면 해가 무수히 많아 추정이 불가능합니다. 자유도가 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여기서 나옵니다.
자유도 조건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자유도가 남아도 국소적으로 식별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추정은 실패합니다. 잠재변수 하나에 지표가 두 개뿐인 요인이 대표적입니다. 다른 요인과의 상관이 설정되어 있으면 추정되지만 불안정하고, 단독으로는 식별되지 않습니다. 요인당 지표 세 개 이상을 권하는 관행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잠재변수의 척도를 고정하는 절차도 식별의 일부입니다. 요인의 첫 번째 적재량을 1로 두거나 요인 분산을 1로 두는 방식 중 하나를 반드시 적용해야 합니다.
표본 크기,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나
"200명이면 충분한가요"라는 질문에는 모형을 봐야 답할 수 있습니다. 같은 200명이라도 추정할 모수가 30개인 모형과 90개인 모형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 기준 | 내용 | 성격 |
|---|---|---|
| N ≥ 200 | 관행적 최소선 | 경험칙 |
| N : q ≥ 10 | 사례 수 대 추정 모수 비율 | 경험칙 |
| RMSEA 기반 검정력 | 목표 검정력에서 필요 표본 산출 | 통계적 산정 |
앞의 두 줄은 Kline(2015)이 정리한 경험칙입니다. 빠르게 가늠할 때 유용하지만 근거는 관행입니다. 논문에 표본 크기의 정당화를 요구받는다면 세 번째 방식이 필요합니다.
MacCallum, Browne & Sugawara(1996)가 제안한 RMSEA 기반 검정력 분석은 영가설과 대립가설의 RMSEA 값, 자유도, 목표 검정력을 넣으면 필요 표본을 산출합니다. 모형의 자유도가 클수록 같은 검정력에 필요한 표본이 줄어든다는 점이 직관과 어긋나는데, 복잡한 모형일수록 부적합을 탐지할 정보가 많기 때문입니다.
G*Power로 SEM 표본 크기를 계산할 수 있는가
없습니다. G*Power는 t 검정, 분산분석, 회귀분석의 검정력을 다루는 도구이며 구조방정식의 모형 적합도 검정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회귀분석 모듈에 예측변수 개수를 넣어 나온 숫자를 SEM 표본 크기로 보고하는 사례가 있는데, 잠재변수 측정오차를 고려하지 않은 값이라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SEM에서는 RMSEA 기반 산정을 쓰거나, 모형이 복잡하고 결측·비정규성 같은 조건까지 반영해야 한다면 Monte Carlo 시뮬레이션으로 검정력을 추정합니다. 후자는 가정한 모수값으로 데이터를 반복 생성해 유의 판정 비율을 세는 방식이라, 매개 효과처럼 분포가 비대칭인 경우에 특히 적합합니다.
매개 효과는 Sobel 검정이 아니라 부트스트래핑으로
간접효과 검정에 Sobel 검정을 쓰는 논문이 여전히 있습니다. 이 방법은 간접효과의 표집분포가 정규분포라고 가정하는데, 두 계수의 곱은 대개 비대칭 분포를 이룹니다. 표본이 작을수록 왜곡이 커집니다.
Preacher & Hayes(2008)가 정리한 부트스트래핑 방식이 표준입니다. 표본에서 복원추출을 반복해 간접효과의 경험적 분포를 만들고 신뢰구간을 구하는 방식이며, 구간이 0을 포함하지 않으면 유의하다고 판단합니다. 재추출 횟수는 5,000회 이상이 일반적입니다.
계획 단계에서 확인할 것은 방법이 아니라 검정력입니다. 간접효과는 두 경로의 곱이라 각 경로가 중간 정도 크기여도 곱은 작아집니다. 직접효과를 탐지할 만한 표본이 간접효과에는 부족한 상황이 흔합니다.
조절 효과는 계획 단계에서 표본을 더 확보해야 한다
상호작용항은 주효과보다 검정력이 낮습니다. 측정오차가 두 변수에서 함께 유입되면서 상호작용항의 신뢰도가 각 변수보다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주효과가 유의한 표본에서 조절 효과가 유의하지 않게 나오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조절 효과가 연구의 핵심 가설이라면 그 가설을 기준으로 표본을 산정해야 합니다. 집단을 나누어 다집단 분석으로 조절을 검증할 계획이라면 각 집단이 개별적으로 추정 가능한 크기여야 한다는 조건도 함께 걸립니다.
구조 설계 사전 점검 단계에서 modidoc이 지원하는 것
modidoc의 구조 설계 사전 점검 단계는 설계한 구조 모형의 자유도와 식별 조건을 계산해 추정 가능 여부를 먼저 알려주고, 목표 검정력에 필요한 표본 크기를 모형 구조에 맞춰 산출합니다. 매개와 조절 가설이 포함된 경우 그 가설을 기준으로 한 표본 요건도 함께 제시합니다. 이 과정은 내부적으로 C8 구조 설계 사전 점검 엔진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구조방정식 모형 식별 가능성이란 무엇인가요?
자료가 제공하는 정보로 모형의 모수를 유일하게 추정할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관찰 변수 p개가 주는 정보는 p(p+1)/2개이고, 추정할 모수가 그보다 많으면 해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자유도가 0 이상이라는 조건은 필요조건이며, 요인당 지표가 두 개뿐인 경우처럼 국소적으로 식별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자유도가 남아도 추정이 실패합니다.
G*Power로 표본 크기를 어떻게 계산하나요?
회귀분석이나 분산분석이라면 효과 크기, 유의수준, 목표 검정력, 예측변수 개수를 넣어 산출합니다. 다만 구조방정식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SEM에서는 RMSEA 기반 검정력 분석(MacCallum, Browne & Sugawara, 1996)이나 Monte Carlo 시뮬레이션을 사용해야 하며, G*Power 결과를 SEM 표본 근거로 제시하면 리뷰어가 지적합니다.
매개 효과 Bootstrapping 방법은 무엇인가요?
표본에서 복원추출을 반복해 간접효과의 분포를 경험적으로 만들고 그 분포에서 신뢰구간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지 않으면 간접효과가 유의하다고 판단합니다. Sobel 검정과 달리 정규성을 가정하지 않아 두 계수의 곱이 이루는 비대칭 분포에 적합하며, 재추출 5,000회 이상과 편향 수정 신뢰구간을 함께 보고하는 것이 관행입니다(Preacher & Hayes, 2008).
다음 편에서는 완성된 설문지를 배포하기 전 마지막 점검을 다룹니다. 문항 배치 순서가 응답에 미치는 영향, 역문항 코딩 처리, 코드북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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